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3
어제:
307
전체:
5,024,474

이달의 작가
2009.07.29 13:23

당신의 봄

조회 수 38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의 봄



이월란(09/07/27)



애초부터 잊고 살았던 적막한 봄의 안부를 묻자면  
갓터진 새순 위로 성채같은 얼음꽃이 먼저 필 때면
이마 위의 신열처럼 봄이 올라
폭설 속의 꿈처럼 기적소리처럼 달려오던 봄
불현듯 봄이었어요
천지가 나의 귓불 아래서 공명하는
제풀에 물들고 탈색하는 세월의 봄
계절이 역류하는 꿈은 단지 빛의 유희였어요
빙하기의 정물화처럼 앉아
한숨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당신의 봄을 그렸죠
성급히 손 내밀면 온몸이 시려오는
나의 정수리엔 사계절 녹지 않는 피안의 눈이 쌓여 있어요
봄볕의 온기로 자폭을 기다리는 늦은 눈송이가
햇살같은 호르몬처럼 나를 지워가도
길 없이 찾아온 봄을 배웅하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기억들
어둠이 오기 전엔 읽을 수 없는
빙판길 위에서 수신되지 못한
봄빛의 소인을 맞고 날아간 편지들을 꺼내 보세요
난해한 봄을 한기로밖에 해독치 못하는
나는 끝나지 않는 겨울의 두 눈을 가졌어요
불안한 봄볕 아래 호들갑처럼 피는 꽃이 될까
극적인 환절의 장면은 결코 편집되지 않을지라도
나침반 없이 봄의 나이테로 방향을 트는 길목마다
당신의 파일 속에 미발표작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봄의 성곽을 쌓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는
저 북극성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당신의 봄이에요


기억하세요?
몇 번의 작은 겨울이 도사리고 있던 유타의 봄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1 영시집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0.03.13 403
950 영문 수필 My Unconditional Best Friend, Toby 이월란 2010.03.13 3204
949 관(棺) 이월란 2010.03.05 453
948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947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946 견공 시리즈 빛으로 샤워하기(견공시리즈 57) 이월란 2010.03.05 390
945 견공 시리즈 설거지하는 토비(견공시리즈 56) 이월란 2010.03.05 394
944 주차위반 이월란 2010.02.28 442
943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942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80
941 사루비아 이월란 2010.02.28 436
940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373
939 영문 수필 Revenge 이월란 2010.02.28 507
938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937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936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935 VIP 이월란 2010.02.21 401
934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933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932 영문 수필 Children’s Online Protection Law 이월란 2010.08.08 369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