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1
어제:
353
전체:
5,022,838

이달의 작가
2009.07.29 13:25

통화 중

조회 수 318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화 중



이월란(09/07/29)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구둣소리가
시멘트 벽을 때리곤 지구 반대편까지 메아리친다
동아리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다 이제 밥 먹으러 간다는 그녀
그 늙은 여학생의 목소리가 왜 혼자 죽으러 간다는 말로 들리는걸까
너무 멀어서일까 쾅! 철문 닫히는 소리
그녀는 감옥 속에서 공부를 하는 것일까
생의 음향효과는 때론 너무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또각또각 그녀는 아직도 지하감옥같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데
나는 수화기로 밥을 먹고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비로소 나의 허기를 받아먹는 내가 보여
거울처럼 앉아 나를 비추는 나의 허기와 마주앉을 수 있어
골목마다 지키고 서 있던 나의 허기를
숟가락으로 퍼보고 젓가락으로 짚어보고
어린 모가지 ㄱ자로 꺾어 우물 속을 들여다보던 유년의 공포처럼
바닥없이 물무늬지던 그 배고픔
그림자는 늘 나보다 더 길거나 더 짧거나
허기는 늘 모자라거나 넘치기 일쑤여서
그녀는 지금 나처럼 혼자 밥을 먹으러 간단다
아득한 거리가 주는 공복감
그녀의 허기가 뚜우뚜우 전선을 끊어버렸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문 수필 "A Call to Action: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이월란 2011.05.10 96264
1650 영문 수필 "American Tongues" 이월란 2014.05.28 100
1649 영문 수필 "Beauty and the Beast " 이월란 2014.05.28 860
1648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1647 영문 수필 "First Blood" 이월란 2014.05.28 104
1646 영문 수필 "Johnny Got His Gun" 이월란 2014.05.28 151
1645 영문 수필 "Laüstic" (Nightingale) 이월란 2014.05.28 1325
1644 영문 수필 "Legend of St. Dorothea of Cappadocia" 이월란 2014.05.28 138
1643 영문 수필 "Letting Go" 이월란 2011.03.18 325
1642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1641 영문 수필 "ON THE GENEALOGY OF MORALS" 이월란 2014.05.28 4833
1640 영문 수필 "She Loves Me" 이월란 2014.05.28 258
1639 영문 수필 "The Arabian Nights" 이월란 2014.05.28 110
1638 영문 수필 "The Ingenious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이월란 2014.05.28 15316
1637 영문 수필 "The Linguist" 이월란 2014.05.28 141
1636 영문 수필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이월란 2014.05.28 324
1635 영문 수필 "Tough Girls" 이월란 2011.05.10 349
1634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291
1633 견공 시리즈 14분간의 이별(견공시리즈 23) 이월란 2009.09.12 280
1632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