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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 시리즈
2009.08.25 12:14

사타구니를 읽다(견공시리즈 15)

조회 수 423 추천 수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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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구니를 읽다 (견공시리즈 15)



이월란(09/08/18)



토비는 본드로 붙여놓은 그림자처럼 나를 쫓아다닌다
문을 열고 나가면 행여 남겨질까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러던 것이
매일 아침, 내가 출근을 할 때만큼은
먼발치에 앉아서 가만히 쳐다만 본다


주먹만한 뇌와 귓바퀴만한 심장을 가진 토비는


머물 때를
매달릴 때를
떠날 때를
보내줄 때를



알고 있으니

견디고 있으니


옥타비오 파스를 읽고 있는 나는
알고도 버리지 못해
알고도 떠나지 못해
이 고고한 책은 덮어두고
저 강아지의 사타구니를 읽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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