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를 읽다 (견공시리즈 15)
이월란(09/08/18)
토비는 본드로 붙여놓은 그림자처럼 나를 쫓아다닌다
문을 열고 나가면 행여 남겨질까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러던 것이
매일 아침, 내가 출근을 할 때만큼은
먼발치에 앉아서 가만히 쳐다만 본다
주먹만한 뇌와 귓바퀴만한 심장을 가진 토비는
머물 때를
매달릴 때를
떠날 때를
보내줄 때를
다
알고 있으니
다
견디고 있으니
옥타비오 파스를 읽고 있는 나는
알고도 버리지 못해
알고도 떠나지 못해
이 고고한 책은 덮어두고
저 강아지의 사타구니를 읽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