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은 귀신(견공시리즈 13)
이월란(09/08/14)
먹을 것을 잔뜩 사던 날
콩쪼가리 개밥만 오드득 오드득 씹어먹는 토비가 불쌍해
처음으로 캔에 든, 그림도 죽이는 개밥을 샀다
행여 입버릴까나, 아냐 먹고 죽은 귀신은 뭐도 좋대더라
먹어라 나의 토비여
이승의 맛이 반은 입맛이 아니더냐
종지에 덜어 줬더니
반질반질 윤이 날 때까지 핥고 핥다가
달그랑 달그랑 그릇까지 부여안고 씹어조질 태세다
눈에서 튕기는 탐욕의 빛이 날카롭다
세상의 맛은
오늘도 너와 나의 눈과 입과 코를
남김없이 멀게 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