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치산녀
이월란(09/08/28)
끌려가는 곳은 저 눈부신 동산이라네
이마에 새겨진 천형 위에 씌여질 완주의 면류관은
비틀린 너의 허리 아래로 사산한 핏덩이 같은 것이니
서로의 샅이 그립지 않은 자웅동체의 거룩한 성전으로
마천루가 탐스럽지도 않은 이승의 박테리아로 살아냈으니
턴테이블처럼 자전하는 지구의 꿈은
더 이상 어지럽지도 않아 어지럽지도 않아
입으로 할까요 손으로 할까요
유기농의 엑기스로만 농축된 당신의 정액을 성수처럼 받아마시고
브라만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네
빨랫줄에 목을 맨 유년의 꿈처럼
젖고 말리고 젖고 말리는 사차원의 개그로
생체실험의 성스러운 작업실을 기어코 떠난다네
남루해지는 격정일랑 오염방지를 위한 리사이클 빈으로 던져버리고
남은 목숨을 관리해 달라구요 거저 얻은 것처럼, 거저
너는 네가 미워하는 세상의 언어로밖에 해독될 수 없는 미운 오리새끼
꽤액꽤액 울던 암호는 이미 고고학자들의 유물이 되었어
까마득한 절망의 높이에서도 목이 길어 웃고 있는 세상은
너의 넋풀이에 귀를 기울일만큼 한가한 곳이 아니라네
독자들을 생각해야지
(독자는 무슨 얼어죽을, 두당 얼마짜리 독자?)
나의 독자는 희망정부의 사주를 받고 나의 시를 처단하는 암살자들
후광이 번쩍이는 펜으로 글을 써봐
철자법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세상이지
마법의 손 위에선 구정물통에 빠진 글도
펼쳐 말리면 바삭바삭 낙엽 소리가 나고
마른걸레 같은 글도 비틀어짜면
맑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세상이야
박해의 비밀은 혀끝에서 피는 꽃의 종말처럼 지고
타락한 기도를 일삼는 이단의 제단에 눈물을 바치는 광신도
퇴고받지 못할 신의 습작품으로
꽃잎이나 들여다보고 사랑이나 노닥거리다 나 미치면 같이 미쳐줄래?
여긴 더 이상 세분화될 수 없는 병동이야
퇴원수속이 마무리될 때까지 우리들의 증세는 이,하,동,문
동병의 질환으로 상련의 기쁨으로
손에 손을 잡고 밀가루 반죽하듯 잘 만들어진 말을
서로의 입 속에 키스하듯 넣어주고 물고 빠는 아름다운 동거
눈부신 상생의 헌장을 외며
거짓 오르가즘까지 낱낱이 고하며 서로에 대한 불경죄를 자백하다
서로에게 투숙해버린 기억의 변절자
(네가 계몽가니? 사상가야?)
난 아무래도 다른 별에서 온거 같아
쥐뿔도 없는 그 곳으로 문맥이 통하지 않아도 되는 나의 별로
돌아가고 싶어, 안녕
-오늘 죽여버린 시답잖은 #1 페르소나양의 유언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