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견공시리즈 19)
이월란(09/08/25)
이제 막 면허를 받은 아들이 운전을 하고 있다
나는 옆에 앉아 토비의 두 손을 잡고 즉석 뮤지컬쇼를 시작했다
토비는 헤헤거리며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촌극에 신이 났다
<농땡이 쥴리앙형은 운전도 잘하죠 하지만 엄마보단 못해요 룰루랄라
장난꾸러기 쥴리앙형은 날 못살게 굴죠 하지만 난 형과 놀고 싶어요 룰루랄라
악동 쥴리앙형은 날 한번씩 놀래키죠 하지만 난 여전히 형이 좋아요 룰루랄라>
한번씩 갖다대어주는 토비의 얼굴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줄곧 웃고 있던
아들이 그랬다
<엄마, 토비는 늘 슬퍼보여>
<시작노트>
분명 그 때 토비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아인 슬펐나보다. 아니, 내가 슬퍼보였나. <연극은 이제 그만 하세요>라니...... 사는게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폼 잡는 주인공처럼 늘 슬퍼보여서야 쓸까. 아들아인 슬픔이 뭔지 알고나 있을까. 운전을 하면서 빨간 신호등에 걸려 멈추는 것만큼이나 자주 우릴 멎게 만드는 것이 슬픔이란 걸 알고나 있을까. 이제부터 배워야 하는데. 그래, 웃고 있어도 슬픈 것이 인생이 아니겠니. 아들아! 너도 시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