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견공시리즈 18)
이월란(09/08/25)
가위로 김을 자르다가 사이에 끼어있던 실리카겔 봉지를 자르고 말았다
좁쌀 같은 습기제거제들이 부엌바닥으로 순식간에 좌르르 흩어졌다
토비는 신나는 일이 벌어진 듯 용수철처럼 뛰어왔다
<먹지 마세요!>
이걸 먹는 사람이 어딨다고 한글로, 영어로, 중국어로, 일어로
봉지 가득 새겨놓은 걸 보면
토비가 한 알이라도 먹었다간 살아남지 못하겠다
몸속의 물이란 물은 다 말라버릴지도 모르겠다
날뛰는 토비를 얼른 끌어안고 세탁실에 넣고 펜스를 쳤다
<단 10분이야, 빨리 치울께>
날쌔게 베큠을 돌리고 종이타올로 닦아내는 동안
토비는 괴성에 가성에 고함에 숨이 넘어간다
<왜 갑자기 날 가두는 건데요?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꺼내주세요 억울해요>
이럴 땐 정말 말이 통해야 하는데
神의 말은 너무 어렵다
고통 속에선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