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하늘 아래 / 2009년 유타한인회 광복 64주년 기념 낭송 축시
이월란(09/08/15)
말 없이 글 없이 삼십 육년 긴 긴날
숨 죽여 생명 부지한 식민의 세월을
말 설고 글 선 이국땅에 와서야
감히, 짐작이나 합니다
남의 집살이 서럽다는데
손발 묶여 흘리시던 민족의 눈물을
국력의 처마 아래 이민의 설움 젖어보고서야
차마, 짐작이나 합니다
한 쪽 팔 잘리고 남은 팔로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독립투사의 흑백사진처럼
역사책 속에서 읽고 또 보고서도
급조된 21세기의 평화와 풍요 속에서
티끌만큼이나마 짐작이나 합니다
백의 민족 하얀 속곳까지
핏물 들인 망국의 한을
허리 잘린 고국의 지도를 앞에 두고서야
빼앗긴 가슴 되찾은 웃음
아른아른, 짐작이나 합니다
광복기념행사장 앞 줄
눈물짓는 노옹의 골 깊은 주름만큼이나
주권 잃은 역사의 붉은 두 줄
가신 부모 얼굴 살아생전 꿈인 듯
이리 서툰 짐작 아래서도
내 나라, 내 민족
목숨 내어 새겨주신 주인의 얼굴로
가신 님의 번듯한 예손이 되라
양과 음의 태극무늬 가슴에 새기고
되찾은 혈맥 의로운 분노로 쌓아
안타까운 짐작마저
환희의 눈물로 삼일만세 따라부를
세월의 강따라 흐르는 저 북녘 하늘 아래
자유의 발자국 잇댈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