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4
어제:
194
전체:
5,030,473

이달의 작가
2009.09.29 11:48

마른 꽃

조회 수 37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른 꽃



이월란(09/09/26)
  



미니장미처럼 발목이 잘린 채 밀폐용기로 걸어 들어갔다 하루 종일 우박 같은 실리카겔이 하늘에서 내리고 나는 색모래 늪 속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세상은 끊임없이 마르고 있었다 밀봉당한 세월 속에서 누군가 건조제를 계절처럼 바꿔주었다 이상하게 목이 마르지 않았다 산꽃들은 다투어 멸종되고 몸에서 실리카겔을 눈처럼 털어내는데 두 눈이 비릿하게 젖어 있었다 자명종 울리는 하늘 아래 사막도 아닌 곳에 타이머의 맥박이 뛰면


이슬과 바람 사이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
바삭, 순간이 박제되는 소리


나는 다시 시작되었다 전자렌지에서 환생한 실리카겔이 다시 하늘에서 내리고 밀봉된 세월 속에서 마침내 모양도 빛깔도 정지되어버린 꽃이 되었다 고운 심이 박힌 표본이 되어 액자 속에 곤충처럼 누워 있다 유리병 속에 인형처럼 서 있다 습기 없는 사람들은 향목처럼 부드러운 염을 하고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었다 젖지 않아도 되었다 앗, 움직이자 손가락 마디 하나가 꽃비처럼 부서져 내렸다 유리벽 너머 나의 향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1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790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789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445
788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349
787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413
786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330
785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784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410
783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782 사랑빚 이월란 2009.12.31 374
781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780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779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778 실비아, 살아있는 이월란 2010.01.04 344
777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776 초콜릿의 관절 이월란 2010.01.04 365
775 행글라이더 이월란 2010.01.04 386
774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773 아멘족 1 이월란 2010.01.07 473
772 아멘족 2 이월란 2010.01.07 388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