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9
어제:
298
전체:
5,024,026

이달의 작가
2009.09.29 11:48

마른 꽃

조회 수 37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른 꽃



이월란(09/09/26)
  



미니장미처럼 발목이 잘린 채 밀폐용기로 걸어 들어갔다 하루 종일 우박 같은 실리카겔이 하늘에서 내리고 나는 색모래 늪 속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세상은 끊임없이 마르고 있었다 밀봉당한 세월 속에서 누군가 건조제를 계절처럼 바꿔주었다 이상하게 목이 마르지 않았다 산꽃들은 다투어 멸종되고 몸에서 실리카겔을 눈처럼 털어내는데 두 눈이 비릿하게 젖어 있었다 자명종 울리는 하늘 아래 사막도 아닌 곳에 타이머의 맥박이 뛰면


이슬과 바람 사이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
바삭, 순간이 박제되는 소리


나는 다시 시작되었다 전자렌지에서 환생한 실리카겔이 다시 하늘에서 내리고 밀봉된 세월 속에서 마침내 모양도 빛깔도 정지되어버린 꽃이 되었다 고운 심이 박힌 표본이 되어 액자 속에 곤충처럼 누워 있다 유리병 속에 인형처럼 서 있다 습기 없는 사람들은 향목처럼 부드러운 염을 하고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었다 젖지 않아도 되었다 앗, 움직이자 손가락 마디 하나가 꽃비처럼 부서져 내렸다 유리벽 너머 나의 향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1 영시집 The Shaking House 이월란 2010.03.13 370
630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629 짤 없는 주인장 이월란 2008.05.09 371
» 마른 꽃 이월란 2009.09.29 371
627 견공 시리즈 너를 위한 노래 (견공시리즈 100) 이월란 2011.05.10 371
626 제3시집 처서 이월란 2014.08.25 371
625 제1시집 모놀로그----진실게임 이월란 2008.05.09 372
624 사레 이월란 2009.04.09 372
623 사랑밖에 이월란 2010.09.06 372
622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373
621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373
620 제1시집 수평선 이월란 2008.05.09 373
619 눈(目)의 고향 이월란 2009.05.09 373
618 견공 시리즈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이월란 2009.08.06 373
617 이민 간 팔용이 이월란 2009.08.29 373
616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373
615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373
614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613 욕망을 운전하다 이월란 2009.04.22 374
612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Board Pagination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