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3
어제:
176
전체:
5,020,834

이달의 작가
2009.10.24 15:28

바람의 교주

조회 수 275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교주



이월란(09/10/22)



바람은 믿었다 굳세게 믿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날 수 있다고
날개 달린 짐승들은 나를 타고 비상했고
신실한 믿음으로 나를 숭배했지만
미련하고도 고집센 땅위의 것들은 결코 나를 믿지 못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을 발이 부르트도록 기어다녔고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바다를 추앙했다
두 발을, 네 발을 떼지 못하는 우매하고도 고귀한 신앙
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바들바들 떨며 사는 가벼운 꽃들은
내가 날개에 관한 교리를 한 줄만 속삭여주어도
붙박인 태생을 버리고 미련 없이 날아 올랐다
땅이 꺼지도록 땅만 파먹고 사는, 발자국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땅짐승들은 매일 휘청거리면서도 끝끝내 나를 의심했다
나는 점점 난폭해졌고
어느 날밤 잠든 모든 것들에게 튼튼한 날개를 달아 주었다
나무도 날고, 집도 날고, 빌딩도 날고, 바다도 날았다
땅 위로 솟아오른 모든 것들에게 바람의 날개가 달렸다
목숨을 담보로라도 그들은 날고 싶어했음이 틀림없다
늑골 아래 숨겨둔 날개에 대한 욕망을 나는 진즉 알고 있었다
정녕, 타인의 머리 위로 그들은 날고 싶어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아름답게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1 바람의 그림자 이월란 2009.11.11 430
830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829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360
828 견공 시리즈 토비의 늪(견공 시리즈 46) 이월란 2009.11.11 280
827 굿 이월란 2009.11.11 319
826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07
825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824 악질 시화 이월란 2009.11.03 331
823 견공 시리즈 안나푸르나의 눈물(견공시리즈 45) 이월란 2009.11.03 330
822 첫눈 3 이월란 2009.11.03 306
821 마르티넬라의 종 이월란 2009.10.29 383
820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819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818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817 수목장 이월란 2009.10.24 363
816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815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813 유명견 담비(견공시리즈 45) 이월란 2009.10.24 453
812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309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