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379
전체:
5,021,367

이달의 작가
2009.10.24 15:31

수목장

조회 수 363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목장(樹木葬)



이월란(09/10/24)
  


뼛가루가 수액으로 흐르는 나무들이 있다 한다
가을이 와도 떨어지지 않는

죽은 자들의 이름표를 잎사귀 대신 달고
비명(碑銘)을 응시하며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 한다
사체 위에 꽃을 피우는 잔인한 정원
영구차 같은 계절이 다녀갈 때마다
영혼의 옷을 갈아입는 곳
뿌리로 만지는 유골마다 추억을 빨아올리며
사자(死者)의 재로 숨 쉬는 나무들
내세의 안락으로 헛배 부른 봉분 대신
무성한 숲이 전생의 밤을 불러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산목숨들은
나무가 되어 숲으로 같이 운다 한다
나는 살아 있고 나무는 죽어 있던 땅
내가 죽어서야 나무들이 걸어 다닌다 한다
맑아진 피가 수액으로 도는
나무들이 넋으로 날아다닌다 한다
잠시 뿌리내린 땅, 사심 한 점 꽃피지 않은
마른가지로도 평안히 그늘 한 뼘
키워내게 되었다 한다
밤새워 별빛의 소나기를 맞고
울긋불긋 피 끓는 대지의 가을이 와도
이제야 식어 내리는 더운 피
땅만 가리키던 열손가락
그제야 하늘 향해 뻗고 싶어
나무가 되었다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1 제1시집 봄이 오는 소리 이월란 2008.05.09 336
830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829 그가 사는 도시 이월란 2008.05.08 336
828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827 니코 이월란 2010.06.28 335
826 제2시집 쇼핑 이월란 2008.07.29 335
825 제2시집 홍하(紅霞)의 해빈 이월란 2008.07.08 335
824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823 기억 이월란 2008.05.09 335
822 제1시집 모놀로그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334
821 제3시집 요가 이월란 2014.08.25 334
820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이월란 2009.12.15 334
819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818 O. 헨리의 별 이월란 2009.10.17 334
817 철새 이월란 2009.08.25 334
816 낙엽 이월란 2010.11.24 333
815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814 이별모습 이월란 2008.05.08 333
813 낙엽 2 이월란 2010.11.24 332
812 거울 이월란 2009.12.03 332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