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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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11.11 11:45

진화

조회 수 295 추천 수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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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이월란(09/11/06)




나는 숨 쉬는 화석이다


신과 인간의 중간 화석이다
라고 하면 맞아 죽을 것이다
인간과 짐승의 중간 화석이다
라고 하면 연민이 비처럼 내려줄까
인간으로 버틴 하루가 가식 뿐이었다면
나는 분명 인간이 되려 발버둥치는 짐승
직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걷는 연습 중이다
앞다리가, 꼬리가 명석하게 짧아지고 있다
시체처럼 목이 뻣뻣해지고 있다
머리와 가슴이 제대로 멀어지고 있다
꽃말미잘 같이 춤 추던
무무한 단세포 그림자가 총명해지고 있다
머지않은 때에
슬픔에 더욱 예민해질 것이다
불행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고등한 꿈은 아름답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일 따윈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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