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1
어제:
306
전체:
5,022,984

이달의 작가
2009.11.11 11:47

미역국

조회 수 452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역국




이월란(09/11/08)




오랜만에 미역국을 끓여 혼자 사흘 째 먹고 있다
산모처럼


느거 엄마도 너 낳고 미역국 묵었제
내세울 것 없는 농땡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던지던
중학교 국사선생님의 독설이 미역처럼 둥둥 뜬다


울 엄마도 날 낳고 미역국을 드셨겠지
내가 흡혈귀처럼 빨아 마신 당신의 피가
미역 한 줄기로 맑아지고 또 맑아지다 마침내 투명해져
전신이 눈물로만 도셨겠지


시골 조산원 온돌방마다
전투의 상흔처럼 부른 배를 이불 속에 숨기고
패잔병처럼 누워 있던 예비 산모들
전리품 같은 아이를 옆에 뉘고서야 포상처럼 받아 마시던
그 바닷말, 바다의 말


한 번씩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퍼먹고서
분내나는, 발가벗은 아기를 안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뱃속이 휭하니 비어버린 해산어미 같은 가슴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이
신생의 두 눈동자 속에 뜬금없이 새겨져 있을 것만 같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290 왕따 이월란 2008.05.10 241
289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288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287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286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285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284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283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282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281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280 제2시집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5.10 271
279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278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277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276 사랑 3 이월란 2008.05.10 255
275 Dexter 이월란 2008.05.10 248
274 우린 모르니까요 이월란 2008.05.10 318
273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272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