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4
어제:
288
전체:
5,021,755

이달의 작가
2009.12.31 11:46

치과에서

조회 수 466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치과에서



이월란(09/12/28)



몇 십 년 간의 허기를 바수어
불립문자처럼 도열한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단단하지 못한 섬을 찾아 파도같은 이빨 자국을 남길 때면
끼니 사이로 새어드는 이방인의 과즙에 이가 시리기도 했었지
생목소리 절단하는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던 날들
되새김질하는 허드렛일로 거대한 생을 지탱해온
꿈속에서 이빨 하나 휑하니 빠져버리던 날
아버지의 부고를 듣던 그 눈오던 날밤
이국의 눈밭에 엎어져 한 입 가득 눈을 베어문 듯 시려와
나는 울다 울다 옆에 누운 따뜻한 체온에 이빨을 박곤
이빨 없는 아이를 배고 말았지
“생후 6개월이면 이빨이 나기 시작합니다”
샅샅이 폭로된 육신의 비밀대로 침에 절은 이가 좌르르 나던
아이는 단단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잉글리시포인터가 되어버렸고
아래 위로 생이빨을 네 개나 빼버리곤 교정을 마친 아이의
이빨이 바비인형처럼 웃고 있는데
천장에 붙은 오프라 윈프리는 토크쇼의 결론에 혼자 도달한 듯
Wait, Wait, Wait!
돌출한 그녀의 앞니가 숨넘어간 순간의 결론을 잘개 부수어
내 입속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슬픔의 벌레가 살이 오르는 충치같은 기억들은
뿌리째 뽑아버리자고 친절한 의사의 마스크가 말을 흘린다
“자, 아아 해보세요. 이번엔 좀 시릴거에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1 약속 없는 나라 이월란 2009.11.21 323
890 착각 이월란 2008.05.08 324
889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888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887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886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324
885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324
884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883 영문 수필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이월란 2014.05.28 324
882 영문 수필 "Letting Go" 이월란 2011.03.18 325
881 천국에서 온 메일 이월란 2011.07.26 325
880 영문 수필 Dream, Dream, Dream 이월란 2012.02.05 325
879 방황 이월란 2008.05.08 326
878 견공 시리즈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이월란 2009.09.12 326
877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876 스페이스 펜(Space Pen) 이월란 2008.05.10 326
875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874 어느 시인 이월란 2008.05.09 327
873 영문 수필 Do you believe in fate, Neo? 이월란 2012.02.05 327
872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28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