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4
어제:
288
전체:
5,021,805

이달의 작가
2010.01.23 02:24

비밀일기

조회 수 376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밀일기



이월란(10/01/20)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검사는 공공연한 숙제였다
나는 가끔씩 그럴듯한 거짓말로 동화를 써재꼈다
아버지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둔갑시켰고
나는 종종 해피엔딩의 담벼락에
포스터처럼 붙어 있곤 했다
그 담벼락 밑에 꽃처럼 피어 있곤 했다
참 잘 했어요 라는 스마일 도장밥을 이마에 찍고서야
타박타박 현실의 대문으로 들어가곤 했던 것이다
나의 일기를 훔쳐 본 언니는 다툴 때마다 빈정거렸다
아버지가 언제 그랬냐고, 네가 언제 그랬냐고
죽도록 미웠던 언니는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내가 여시와 야시를 오가는 동안
곰과 소 사이를 오가던 순둥이 언니가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나의 시가 종종 그 때의 일기를 쏙 빼닮아 있는데도
가난한 살림을 불리느라 지금은
공개되어버린 나의 일기장을
더 이상 읽어주지도 않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1 제1시집 만성 (慢性) 이월란 2008.05.09 256
910 견공 시리즈 말(견공시리즈 110) 이월란 2011.09.09 314
909 말반죽 이월란 2010.02.15 362
908 말발 끝발 이월란 2008.05.10 281
907 말하는 옷 이월란 2012.05.19 263
906 맛간 詩 이월란 2010.10.29 366
905 제1시집 망부석 이월란 2008.05.09 318
904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5
903 매일 떠나는 풍경 이월란 2008.11.21 259
902 매일 짓는 집 이월란 2010.08.22 447
901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900 맹물로 가는 차 이월란 2010.10.29 430
899 맹인을 가이드하는 정신박약자 이월란 2008.05.09 377
898 머리로 생리하는 여자 이월란 2010.01.07 545
897 머핀 속의 사랑 이월란 2008.05.10 240
896 견공 시리즈 먹고 죽은 귀신(견공시리즈 13) 이월란 2009.08.25 424
895 먼지 이월란 2008.05.10 251
894 이월란 2008.08.07 280
893 멍키, 학교에 가다 이월란 2009.10.11 315
892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