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3
어제:
379
전체:
5,021,416

이달의 작가
2010.01.23 02:24

비밀일기

조회 수 376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밀일기



이월란(10/01/20)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검사는 공공연한 숙제였다
나는 가끔씩 그럴듯한 거짓말로 동화를 써재꼈다
아버지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둔갑시켰고
나는 종종 해피엔딩의 담벼락에
포스터처럼 붙어 있곤 했다
그 담벼락 밑에 꽃처럼 피어 있곤 했다
참 잘 했어요 라는 스마일 도장밥을 이마에 찍고서야
타박타박 현실의 대문으로 들어가곤 했던 것이다
나의 일기를 훔쳐 본 언니는 다툴 때마다 빈정거렸다
아버지가 언제 그랬냐고, 네가 언제 그랬냐고
죽도록 미웠던 언니는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내가 여시와 야시를 오가는 동안
곰과 소 사이를 오가던 순둥이 언니가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나의 시가 종종 그 때의 일기를 쏙 빼닮아 있는데도
가난한 살림을 불리느라 지금은
공개되어버린 나의 일기장을
더 이상 읽어주지도 않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1 안락사 이월란 2010.01.19 348
750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472
749 체모 한 가닥 이월란 2010.01.19 396
748 사인 랭귀지 이월란 2010.01.19 455
747 밤마다 쓰러지기 이월란 2010.01.23 364
» 비밀일기 이월란 2010.01.23 376
745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377
744 안개와 바이러스 이월란 2010.01.23 486
743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396
742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741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740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 2010.01.29 441
739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738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737 영문 수필 The Last Note 이월란 2010.02.12 486
736 야누스 이월란 2010.02.12 370
735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734 이월란 2010.02.12 360
733 바람의 자식들 이월란 2010.02.12 434
732 병신춤 이월란 2010.02.12 458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