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1,016
전체:
5,019,930

이달의 작가
2010.01.29 09:10

눈먼자의 여행

조회 수 635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10/01/28)
    


지중해라고 찍힌 티켓을 사고 바다라고 찍힌 비행기를 타면 돼 소라고둥같은 심장을 싣고 바람의 울음소리를 타고 가는거야


너의 심장으로 기꺼이 추락하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니 눈모서리에 모은 잔주름같은 물결 위로 바람처럼 일어섰다 스러지는 파도가 보이니


아침의 외로움과 저녁의 그리움이 뜨는 해와 지는 해처럼 서로 마주 볼 때, 정오의 햇살처럼 높아만지는 저 허기가 보이니


매일 팔딱이는 목숨 위에 그리 살가운 주인도 못되어, 방치해둔 넋을 어둠 속에서 응시하다 보면 동공처럼 커지던 단절의 꿈이 이제야 보이니


관념에 목이 졸리고서야 토해내는 부끄러운 진실이 끼니 때마다 밥을 안치는, 오막집마다 신열이 올라 추락한 별처럼 반짝이는 낯빛이 보이니


갈대처럼 한 시절 살다가며 제풀에 꺾이는 길목마다 외투깃을 세우던 눈먼 바람이 보이니 줄장미처럼 우리, 손잡아야 반짝 핀다는데 나는 손이 마른 꽃


숲으로 무성해진 바다 위에 빼곡히 벌목당한 나무들의 신음이 보이니 서로의 간절함을 저 물 속에 빠뜨리고 집시의 강 하류에서 흘러넘쳐 온 물내음이 보이니


정말 보이니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쇠독 이월란 2012.05.19 579
110 견공 시리즈 큰 가슴, 작은 가슴(견공시리즈 55) 이월란 2010.02.15 581
109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108 수필 사랑의 복수 이월란 2008.05.07 587
107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89
106 황사 이월란 2008.05.07 591
105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104 비말감염 이월란 2010.08.22 597
103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102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101 뮤즈에의 구애 이월란 2009.05.19 610
100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99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618
98 수신자 불명 이월란 2011.01.30 627
97 카인의 딸 이월란 2008.05.07 634
96 애모 이월란 2008.05.07 635
»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94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93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51
92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