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4
어제:
184
전체:
5,020,659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0.02.21 07:15

언어의 섬

조회 수 470 추천 수 4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어의 섬



이월란(10/02/19)



핀 어 같은 해저의 암호가 떠오른 것이다
바다가 결코 해독해내지 못하는
무성필름에, 새겨진 자막처럼 떠 있어
절망의 정부처럼 거적을 쓰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독설만 먹고도 가라앉지 않는 이 눈부신 부력
감추고 싶은 바다의 하체가 가슴까지 떠오른 것이다
결박당한 물의 사슬들이 밤새워 끊어지는 소리
허구의 영토를 적시고 또 적시는 것이다
미친 해풍이 뒤통수를 후려치더라도
길 잃은 바람의 신호등처럼 간간이 피어 있는
섬꽃들은 뭍이 그립지도 않은 것이다
자객처럼 뛰어드는 통통배 한 척 없어도
격랑의 발언조차 그늘의 영토가 되는 무인의 섬
바람이 물 위를 걸어와 전설 한 마디씩 던져주고 가는데
멀어지는 넋도 한 번씩 뒤척여 보는 흙의 몸이 되고파
바다의 음부가 유방처럼 솟아 오른 것이다
두려워라, 고립되어버린 질탕한 이 자유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처럼
파도가 말을 걸어와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가 말을 걸어와도 대답이 없다
꽃의 철망이 자라는 유배지는 밤마다 별빛의 축배를 들고
바다가 뜯기는지 섬이 뜯기는지
출렁이던 비극이 딱지처럼 앉아 있는 이 자리
한 번씩 수정된 알들을 바다 깊숙이 빠뜨리면
부서져 돌아오는 이름, 이름들 사이로
바다 속 섬아기들이 열매처럼 자라는 소리
수평선을 잘라 만든 문장들이
하늘과 바다를 다시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멸종당한 물고기들이 환생하는 쥐라기의 바다처럼
바다의 탈을 쓰고 두근두근 밤새 춤추는 섬
매일 아침 백지로 눈을 뜨는 것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1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324
730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511
729 말반죽 이월란 2010.02.15 362
728 야바위 이월란 2010.02.15 329
727 견공 시리즈 둔갑술(견공시리즈 53) 이월란 2010.02.15 418
726 제3시집 개같은 3(견공시리즈 54) 이월란 2010.02.15 388
725 견공 시리즈 큰 가슴, 작은 가슴(견공시리즈 55) 이월란 2010.02.15 581
724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723 나의 詩 이월란 2010.02.15 379
722 동태엄마 이월란 2010.02.15 500
721 소통왕국 이월란 2010.02.15 377
720 영문 수필 Children’s Online Protection Law 이월란 2010.08.08 369
719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718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717 VIP 이월란 2010.02.21 401
716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715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713 영문 수필 Revenge 이월란 2010.02.28 507
712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373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