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8
어제:
519
전체:
5,049,743

이달의 작가
2010.03.15 14:48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조회 수 495 추천 수 4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10/03/11)



밤새 냉장실에서 몸을 녹였을 너를 생각했지
그렇게 갈라질 뱃속에 너를 품었을 때
세상도 함께 품었음을
상온에서 금새 녹아버릴 내장 속의 얼음 알갱이들을
헤아리며, 해산하며
함께 해산해버린 꿈의 결정체를
땅빛 기억의 옷을 다 벗기고
하얀 알몸으로 너부러지는 현실을
한 주먹으로 감싸쥐어도 좋을
연체동물의 허물어지는 세월로 바다를 가르며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어
머리로 너에게로 갔지
듣지도, 날지도 못하는 날개 같은 귀로
너에게로 갔지
적을 만나면 먹물을 토하고 달아난다잖아
그렇게 검푸러진 바다를
가상의 곡선으로 출렁인다지
짝짓기를 할 때마다 열 개의 다리로 감싸던
그 단단했던 바위 아래 주저앉고 나서야
비린 현실의 도마 위라는 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1 흙비 이월란 2010.03.22 530
970 호스피스의 유서 이월란 2010.03.22 437
969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9
968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2
967 기다림이 좋아서 이월란 2010.03.22 418
966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8
965 견공 시리즈 그 분의 짜증(견공시리즈 59) 이월란 2010.03.22 448
964 영시집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0.03.22 342
963 영시집 Longing 이월란 2010.03.22 355
962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9
»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 2010.03.15 495
960 눈별 이월란 2010.03.15 443
959 아버지 이월란 2010.03.15 375
958 미개인 이월란 2010.03.15 381
957 견공 시리즈 마흔 다섯 계단(견공시리즈 58) 이월란 2010.03.15 415
956 영시집 If the Moment Comes Again 이월란 2010.03.13 390
955 영시집 A Mist and a Virus 이월란 2010.03.13 342
954 영시집 The Shaking House 이월란 2010.03.13 371
953 영시집 A Dried Flower 이월란 2010.03.13 359
952 영시집 The Reason 이월란 2010.03.13 379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