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2
어제:
156
전체:
5,020,173

이달의 작가
2010.03.22 15:35

흙비

조회 수 523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흙비



이월란(10/03/19)



절실하지 못한 것들에 목을 맬 때마다
바람이 나를 흔들고 간 것은 우연이 아닐 터입니다
뒤로 걷는 사람들의 앞모습에 얼굴이 없었던 이유
돌풍 앞에서도 날아가지 않는 사람들의 질긴 뿌리를
간들거리는 나의 가는 뿌리로 건드려 볼 때마다
나는 뿌리 뽑힌 나무처럼 머릴 풀어헤치고
통곡을 묻었습니다
저기압의 후면을 따라붙은 황사의 난을 닮아
일시적인 소강지역에 몸을 숨기고 나서야
간사한 꽃이 되어 계절의 틈 사이를 살아내었지요
몇 번이고 갈아 엎은 길이 이제야 제대로 뚫렸을까요
알약 같은 수면의 간지러운 늪에서 발을 건질 때마다
다시 들어가고도 싶었지요
영원히 깨어나오지 않고도 싶었지요
양손에 들린 창과 방패가 서로 맞부딪칠 때마다
나는 어느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잃은 것을 찾는 두 손이 빈 주머니 속에서 나오지 못해도
성큼성큼 나침반을 새기며 겁도 없이 걷는 두 발이
내 것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이 없는 사람이고 싶었을 때조차
나는 고개를 꺾는 것이 그리도 무거웠습니다


황사의 계절이 다시 왔나요
땅엣 것들이 저렇게, 하늘에서도 내리는 걸 보면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1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1
170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169 견공 시리즈 지진이 났다(견공시리즈 60) 이월란 2010.04.13 514
168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167 나의 통곡은 이월란 2010.04.18 516
166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165 발칸의 장미 이월란 2010.01.07 517
164 영문 수필 Were They Radicals or Conservatives? 이월란 2010.09.20 518
163 형이상학의 본질 이월란 2010.07.19 519
162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0
161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59 영시 윤동주시 번역 8 이월란 2010.06.07 525
158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157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156 그녀의 펌프질 이월란 2009.04.17 527
155 비렁뱅이 어사또 이월란 2009.06.10 531
154 제3시집 구두의 역사 이월란 2009.09.29 531
153 중독 2 이월란 2010.07.09 532
152 아가페 미용실 이월란 2009.08.13 534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