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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4.23 05:24

피사의 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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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



이월란(10/04/23)



기울어져 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지
부드러운 늪을 밟고 선 당신의 어깨는 5.5도
짝이 기울면 갈라지는 항간의 뒷모습처럼
삐딱한 액자 앞의 시선으로 슬픈 모가지가 꺾여도
쏠린 눈을 쓸어모아 노을의 구도를 다시 잡고
기울어진 촛불의 농 같은 화인자국 핥아내며
매일 기울어도 다시 뜨는 둥근 해처럼 떠 있다지
지반처럼 내려앉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경사도의 멱살을 거머쥔 바른손의 응력으로
두오모의 푸른 잔디를 향해 세상으로 트여 있는
로지아의 창은 거대하지
지중해의 바람을 먹고 침수식물처럼 자라고 있지
페니키아 군인의 눈빛으로
파루의 종이 영원히 울리지 않는 침묵의 가슴으로
종루 같은 푸른 눈, 쓰러지는 나를 향해 뜨고 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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