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2
어제:
288
전체:
5,021,753

이달의 작가
2010.06.07 12:23

헌혈카페

조회 수 472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헌혈카페


이월란(10/06/06)
  


한 방울
뽑아선 커피잔에 떨어뜨렸다
원두의 혈액은 아메리카노포비아의 메뉴판 위에서
다분히 이국적이다
취향대로 조절되는 카페인처럼
피도 눈물도 말라버린 커피의 땅
잎겨드랑이에 흰 꽃이 핀다는 아프리카의 나무도
적도가 척추처럼 걸쳐 있다는 검은 대륙의 분꽃도
더 이상 관상적이지 못하다
여과기에 담겨 열탕으로 진이 빠지는 가루처럼
에스프레소의 소꿉 같은 도기잔 속에서
서로의 피가 엉겨 붙는다
노폐물을 운반하기엔 너무 붉었던 날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세월로
수혈을 감당하기에 우린 너무 느렸었다
피가 솟는 정수리를 맞대고도 우린 너무 식어 있었다
골육 사이에 뻗친 남다른 친화력처럼
썩는 살점으로도 서로를 휘감아야만 피가 돌았다
고갈되어버린 천생의 효소처럼
비이커에 담긴 발효 원액처럼 숙성 중이라 여겼다
우리, 감염된 서로의 지병을 생태계의 질서로나마 헤아려 둘까
커피를 마시고 나서 오줌이 마렵던 시절을 지나오면
몸 밖에 테이블을 내놓고 의자들을 다 내어놓아도
손님이 들지 않아
피가 마렵고, 가을이 마려워지는
가슴 속 노천카페에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1050 제3시집 안개정국 이월란 2009.01.22 370
1049 I LOVE YOU 이월란 2009.01.27 294
1048 국경의 봄 이월란 2009.01.27 302
1047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1046 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2009.01.31 366
1045 달거리 이월란 2009.01.31 294
1044 꽃병 이월란 2009.02.03 303
1043 라식 이월란 2009.02.03 269
1042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2009.02.04 345
1041 만삭 이월란 2009.02.04 311
1040 제3시집 첫 키스 이월란 2009.02.08 253
1039 개가(改嫁) 이월란 2009.02.08 268
1038 구신 들린 아이 이월란 2009.02.08 263
1037 체중계 이월란 2009.02.08 375
1036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412
1035 산눈 이월란 2009.02.14 272
1034 고스트 이월란 2009.02.14 253
1033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1032 기아바이 이월란 2009.02.14 384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