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7
어제:
183
전체:
5,021,181

이달의 작가
2010.06.12 03:29

붉은 전사

조회 수 453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붉은 전사


이월란(10/06/10)


중년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떡하니 퇴직을 해버리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남편이 서서히, 아니 교묘히 돌변했다
이건 울 엄마가 만든 거니까 내가 먹을거야
넌 친정김치나, 하선정김치나, 전주김치 같은 걸 먹어
저 간사한 화상을 보겠나
내 입맛일랑은 열녀문 아래 고이 묻어두고
저 늙은 마마보이의 입맛을 죽여줘야 한다
마늘 내 푹푹 나는 명동 칼국수집 김치 같은 붉은 전사들로
땡스기빙 휴가철이면 연중행사로 김장을 하시던 시어머니
유타의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서 손을 호호 불며 장화를 신고
소금에 절인 배추와 하루 종일 전투를 치렀던 나였다
만삭의 배로 쪼그리고 앉아
산더미 같은 무채 앞에서 강판을 휘두르던 나였다
무는 왜 그렇게 무겁고 미끄럽던지
엄마, 맛있네, 맛만 봐드려도 오냐, 우리 새끼, 하시던 엄마를 그리며
옛 조선여자들의 애환까지 끌어안고 삶의 투지를 불태우던 나였다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나는 붉은 전사가 되었다
견뎌낸 강 훈련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이건 내가 만든 거니까 나만 먹을거야, 맘에도 없는 유세를 떠는데
맛을 보더니, 울 엄마가 만든 건 니가 다 먹어, 찌개를 끓이든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1 견공 시리즈 시선(견공시리즈 75) 이월란 2010.06.28 418
1070 견공 시리즈 이불(견공시리즈 74) 이월란 2010.06.28 389
1069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1068 견공 시리즈 아무도 몰라요(견공시리즈 72) 이월란 2010.06.28 489
1067 나를 파먹다 이월란 2010.06.28 432
1066 니코 이월란 2010.06.28 335
1065 그리움 7 이월란 2010.06.28 350
1064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1063 유령 블로그 이월란 2010.06.18 408
106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1061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1060 견공 시리즈 種의 기원(견공시리즈 71) 이월란 2010.06.18 422
1059 착각 이월란 2010.06.18 381
1058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1057 영시집 Lonely Shepherd 이월란 2010.06.18 2329
1056 영시 The Leaning Tower of Pisa 이월란 2010.06.18 547
1055 영시집 Deserve to Die 이월란 2010.06.18 396
1054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403
1053 토끼와 거북이 이월란 2010.06.12 535
1052 클레멘타인 이월란 2010.06.12 428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