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9
어제:
267
전체:
5,024,103

이달의 작가
2010.09.06 02:23

편지 4

조회 수 353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편지 4


이월란(2010/08)


꽃이 피길래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습니다
단풍이 들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눈이 오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냥 밥만 먹었는데도 낳아보니
손발 달리고 얼굴 가진 인간의 아기였듯
엄마라 부르기에 엄마가 되었듯
그리고 또 해가 바뀌었을 때
새 해 첫 날, 숫자 하나 바꿔 쓰면 그만이었듯

말없이 사랑이 되고
말없이 이별이 되었듯

가고 오는 것들은 무례하게도 경계를 모릅니다
어리둥절 바보 같음은 갈수록 더합니다
앉아 있다 고개 들고 보면 해가 지고 별이 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로 가지 않고
가슴에서 주저앉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길눈이 자꾸만 어두워집니다
기초 없이 시작한 삶의 언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봄이 오면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겠습니다
가슴 붉어지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얼어버리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1 조연 이월란 2011.10.24 350
730 지문(指紋) 이월란 2009.10.11 351
729 이월란 2009.12.09 351
728 견공 시리즈 귀(견공시리즈 77) 이월란 2010.07.09 351
727 잃어버린 날 이월란 2008.05.08 352
726 회명(晦冥) 걷기 이월란 2008.05.09 352
725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724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723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52
722 견공 시리즈 아들아(견공시리즈 19) 이월란 2009.08.29 352
721 영시집 Wuthering Heights 이월란 2012.02.05 352
720 견공 시리즈 Rent-A-Dog (견공시리즈 123) 이월란 2012.05.19 352
719 돌보석 이월란 2009.04.17 353
718 테스트 이월란 2009.11.16 353
717 가을귀 이월란 2009.11.25 353
»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715 책이 있는 방 이월란 2013.05.24 353
714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713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712 불가사의(不可思議) 이월란 2008.05.08 355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