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8
어제:
184
전체:
5,020,663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0.12.14 06:06

공항대기실 3

조회 수 349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항대기실 3


이월란(2010-11)


격납고에 넣어둔 두 개의 인물화는
꺼내볼 때마다 서로를 조금씩 더 낯설어했다
12시간의 비상으로 숙명의 늪을 선회할 수 있다고 믿었을까
발급 받은 신분이 이착륙의 수속을 마칠 때마다
상승하고 하강하는 시작과 끝은
언제나 두 발 닿는 게으른 뭍 이었다
바람난 애인처럼 언젠가는 이렇게
아우성치는 군중 밖으로 떠나고 싶었지
저 날개에 실리면 더 높은 곳에 닿으리라 여겼었지
망연한 탈출로 위에는 환한 대낮에도 유도등이 깜빡이는데
어디론가 수송당하지 못해 안달하던 날들에게
주변머리 없는 주변인이 되지 못해 애태우던 날들에게
낯붉히지 않을 날을 그리며
두 손 들고 알몸 투시기를 거칠 때마다
푸른 눈동자들 앞에 서 있을 미래마저 낱낱이 투영 당하고 싶었지
금발의 피가 끓어도 정들지 않는 검은 정수리를 이고
사어死語들이 많은 곳으로 늘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
스스로의 박해를 견디지 못한 도주자가 되어
다시 길들여지고 싶은 야생의 짐승처럼 순하게 줄을 서고 있다
머리만 부유해진 난민들은
들지 못해 끌 수밖에 없는 목숨 같은 가방들을 접수시키고
나름대로 챙겨둔 생의 세금을 포탈하며 면세지역을 통과할 것이다
은빛 동체를 정박시킨 거대한 새들이 차창 밖에서
모이처럼, 늘 그렇듯, 때 늦은 이민가방을 삼키고 있다
지구의 사계절이 모여 사는 환절의 빌딩은
두 개의 혀를 가진 경계인들에게 꽤나 잘 어울린다
폭설로 길이 막혔던 과거를 여권 속에 끼워 넣고
안개마저 망명해버린 해맑은 날
국적도 없는 바람이 텃세를 부린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470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469 마음 검색 이월란 2010.11.24 401
468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467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466 영문 수필 YOGA: Wake Up My Body 이월란 2010.12.14 417
465 영문 수필 Media and Politics 이월란 2010.12.14 174974
464 영문 수필 Between Public Morality and Private Morality 이월란 2010.12.14 489
463 고백 이월란 2010.12.14 362
462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461 견공 시리즈 애완(견공시리즈 85) 이월란 2010.12.14 453
460 견공 시리즈 이별 연습(견공시리즈 86) 이월란 2010.12.14 477
459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458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457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456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455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454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 제3시집 공항대기실 3 이월란 2010.12.14 349
452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