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7
어제:
307
전체:
5,024,528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10.12.26 16:29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조회 수 434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2010-12)


지하실엔 엘리가 숨어 살고 있다. 덱스터와 버터가 유타와 콜로라도주를 배회하다 마침내 입양되었고, 혼자 있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더 두렵다는 딸아이는 세 번째 고양이를 주인 몰래, 감히 또 키우며 산다. 혼자 있지를 못한다니, 인간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인가. 나는 언제라도 남편에게 고해바쳐 과년한 딸년과 저 엘리란 년을 내쫓을 수 있다.

집을 더럽힌다고 심심하면 닦달을 하지만 혼자 있을 엘리 때문에 늘 가슴이 쓰린 탓이다. 아무도 없을 때면 엘리를 데리고 올라와 토비랑 놀게 한다. 레슬링을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잡기를 하고, 고것들은 種이 다른 것도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다 내 다리를 하나씩 베곤 낮잠을 자기도 한다. 다리에 쥐가 나도 깨우기가 싫다.

엘리한테 가볼까? 라고 물으면 먼저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는 토비의 가슴엔 엘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처음엔 아기였던 엘리를 더 많이 안아주는 바람에 토비는 한동안 우울증에 울화병까지 났었다. 아래 위층의 동거를 익힌 둘은 서로의 밥과 물을 나눠먹기도 한다. 딸아인 그렇게 두면 안 된다고 기겁을 했지만 난 게의치 않는다. 어차피 섞일 수 없는 운명인데 인스턴트 콩쪼가리밥 좀 나눠먹다 또, 좀 아프면 어떠리.  

그림자 두 개가 날 쫓아다니는 날은 날개가 달린 것 같다. 나란히 붙여 준 각자의 침대 위에서 마주 보며 졸고 있는 한가한 날, 나는 왜 이렇게, 너무 자주, 사람보다 짐승이 더 아름다운, 짐승 같은 인간이 되어버린 건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1210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1209 산불 이월란 2008.08.27 273
1208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207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273
1206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1205 영시집 Pangaea 이월란 2012.02.05 273
1204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1203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1202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1201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200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1199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1198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1197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1196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1195 견공 시리즈 숨바꼭질(견공시리즈 41) 이월란 2009.10.14 274
1194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1193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1192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