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5
어제:
177
전체:
5,020,423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10.12.26 16:29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조회 수 434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2010-12)


지하실엔 엘리가 숨어 살고 있다. 덱스터와 버터가 유타와 콜로라도주를 배회하다 마침내 입양되었고, 혼자 있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더 두렵다는 딸아이는 세 번째 고양이를 주인 몰래, 감히 또 키우며 산다. 혼자 있지를 못한다니, 인간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인가. 나는 언제라도 남편에게 고해바쳐 과년한 딸년과 저 엘리란 년을 내쫓을 수 있다.

집을 더럽힌다고 심심하면 닦달을 하지만 혼자 있을 엘리 때문에 늘 가슴이 쓰린 탓이다. 아무도 없을 때면 엘리를 데리고 올라와 토비랑 놀게 한다. 레슬링을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잡기를 하고, 고것들은 種이 다른 것도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다 내 다리를 하나씩 베곤 낮잠을 자기도 한다. 다리에 쥐가 나도 깨우기가 싫다.

엘리한테 가볼까? 라고 물으면 먼저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는 토비의 가슴엔 엘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처음엔 아기였던 엘리를 더 많이 안아주는 바람에 토비는 한동안 우울증에 울화병까지 났었다. 아래 위층의 동거를 익힌 둘은 서로의 밥과 물을 나눠먹기도 한다. 딸아인 그렇게 두면 안 된다고 기겁을 했지만 난 게의치 않는다. 어차피 섞일 수 없는 운명인데 인스턴트 콩쪼가리밥 좀 나눠먹다 또, 좀 아프면 어떠리.  

그림자 두 개가 날 쫓아다니는 날은 날개가 달린 것 같다. 나란히 붙여 준 각자의 침대 위에서 마주 보며 졸고 있는 한가한 날, 나는 왜 이렇게, 너무 자주, 사람보다 짐승이 더 아름다운, 짐승 같은 인간이 되어버린 건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견공 시리즈 보이지 않는 얼굴(견공시리즈 88) 이월란 2011.01.30 395
1210 영문 수필 Do Memoirs Have to Be True? 이월란 2011.01.30 433
1209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76
1208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1207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1206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205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1204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203 영혼 카드 이월란 2010.12.26 407
» 견공 시리즈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 2010.12.26 434
1201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1200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1199 제3시집 공항대기실 3 이월란 2010.12.14 349
1198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1197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1196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1195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1194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1193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1192 견공 시리즈 이별 연습(견공시리즈 86) 이월란 2010.12.14 477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