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5
어제:
142
전체:
5,026,278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04.09 02:04

잠수종과 나비

조회 수 515 추천 수 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2011-3)


이 작은 창으로도
전신 마비된 세상이 훤히 보이네
늘어진 입술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은
바다를 먹고 산 마지막 수액
가슴이 넓고 오색 빛깔이 고운
두 쌍의 날개가
이제야 허물 벗는 소리 들리네
E, S, A, R, I, N, T, U, L**
깜빡
천국의 알파벳이 유서처럼 들릴 때마다
O, M, D, P, C, F, B, V**
깜빡,
잠수종을 짊어진 나비 한 마리
H, G, J, Q, Z, Y, X, K, W**
깜빡,
거대한 감옥을 지고 날아가네
창살을 뚫고 나가는 수만 마리의 기억들이
상실의 악보를 쓰고 있을지라도
내게 탑재된 미사일을 쏘아 볼게
심해의 바닥은 비상을 위한 활주로여서
내가 나비였다는 사실, 을  
이제야 말 할 수 있네
뒤돌아보는 나비 한 마리
결코 그리 거대한 사건이 아니었다네
눈동자만한 창 하나 소리 없이 닫는 것
그대여, 가끔은
자유로이 갇히는 부드러운 감옥을 짓기를
그대여, 오늘도
수많은 나비와 함께 있기를


* 줄리앙 슈나벨의 영화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언어치료사가 고안한 알파벳 순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1 집 밖의 집 이월란 2011.05.10 381
1250 꽃불 이월란 2011.05.10 315
1249 혼돈의 꽃 이월란 2011.05.10 340
1248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247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1246 오리가족 이월란 2011.05.10 307
1245 염색 이월란 2011.05.10 295
1244 이월란 2011.05.10 257
1243 악플러 2 이월란 2011.05.10 260
1242 견공 시리즈 악플러 1 (견공시리즈 103) 이월란 2011.05.10 311
1241 견공 시리즈 뻔한 이치 (견공시리즈 102) 이월란 2011.05.10 320
1240 견공 시리즈 고요한 반항 (견공시리즈 101) 이월란 2011.05.10 368
1239 견공 시리즈 너를 위한 노래 (견공시리즈 100) 이월란 2011.05.10 371
1238 영문 수필 "Tough Girls" 이월란 2011.05.10 349
1237 영문 수필 "A Call to Action: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이월란 2011.05.10 96364
1236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1235 영시집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이월란 2011.05.10 71587
»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1233 판게아 이월란 2011.04.09 416
1232 그늘 이월란 2011.04.09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