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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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04.09 02:04

잠수종과 나비

조회 수 519 추천 수 6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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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과 나비*


이월란(2011-3)


이 작은 창으로도
전신 마비된 세상이 훤히 보이네
늘어진 입술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은
바다를 먹고 산 마지막 수액
가슴이 넓고 오색 빛깔이 고운
두 쌍의 날개가
이제야 허물 벗는 소리 들리네
E, S, A, R, I, N, T, U, L**
깜빡
천국의 알파벳이 유서처럼 들릴 때마다
O, M, D, P, C, F, B, V**
깜빡,
잠수종을 짊어진 나비 한 마리
H, G, J, Q, Z, Y, X, K, W**
깜빡,
거대한 감옥을 지고 날아가네
창살을 뚫고 나가는 수만 마리의 기억들이
상실의 악보를 쓰고 있을지라도
내게 탑재된 미사일을 쏘아 볼게
심해의 바닥은 비상을 위한 활주로여서
내가 나비였다는 사실, 을  
이제야 말 할 수 있네
뒤돌아보는 나비 한 마리
결코 그리 거대한 사건이 아니었다네
눈동자만한 창 하나 소리 없이 닫는 것
그대여, 가끔은
자유로이 갇히는 부드러운 감옥을 짓기를
그대여, 오늘도
수많은 나비와 함께 있기를


* 줄리앙 슈나벨의 영화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언어치료사가 고안한 알파벳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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