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개(견공시리즈 94)
이월란(2011-3)
토비는 생각이 많다
온종일 먹고 노는 놈이 생각이 많다
햇살 아래 따끈따끈 생각이 많다
평생 말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생각이 많다
이렇다 할 업적 하나 없는 놈이 생각이 많다
번개처럼 사라지는 생각도
바람처럼 비껴가는 생각도
냇물처럼 졸졸 흘러가는 생각도
아랑곳없이 생각이 많다
부질없다는 생각조차 부질없게 만드는
생각이 많다, 어느 날
토비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면
더 생각하기 좋은 곳으로 간 것이 틀림없다
내가 그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