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4
어제:
133
전체:
5,032,223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6

즐거운 설거지

조회 수 367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2011-5)


배불러 방치해 둔 식기처럼
목이 타고 구석구석 메말랐을지 몰라
굳어 딱딱해진 밥풀처럼 이젠 배불릴 수 없어
때 지난 양식처럼 먹다 흘린 것들이
철지난 옷가지처럼 구석구석 붙어 있는데
장맛비처럼, 폭포수처럼, 강물처럼 내리는
생의 수압을 그렇게라도 견뎌내고 싶었는지 몰라
얼마나 건전한 자해인지
철제 수세미로 깎아내는 치석 같은 싱크대의 치부로
칼끝으로 긁어내야만 하는 이음새 사이사이
변기로 갈 것들이 선입견처럼, 가식처럼 붙어
곡선과 직선의 중간선으로 구워낸 식기들은
현악기와 타악기의 중간음으로 파열의 경고음을
서툰 손이 닿을 때마다 암호처럼 보내오는지 몰라
알뜰히 기생 중인 앙금까지
유유히 부유 중인 기름때까지
철저히 수거 중인 분리의 달인이 되어
마른 식탁을 차리면 다시 젖은 것들을 올려 놓아야지
담아 보았지만, 아무것도 담아보지 않았던 과거로의
회귀전선, 앞으로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태초의 생산라인으로 되돌려 보내는  
미지의 세계로 입장하는 순간, 쨍그랑
설거지 끝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1 제2시집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5.10 236
390 사랑 6 이월란 2008.05.10 227
389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388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251
387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386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385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343
384 영시집 Deserve to Die 이월란 2010.06.18 396
383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382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381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225
380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379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378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377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376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375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374 꽃덧 이월란 2008.05.10 298
373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7
372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