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7
어제:
307
전체:
5,024,518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0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1 배아 이월란 2010.07.19 433
790 시평 백남규 평론 이월란 2016.08.15 47
789 백념(百念) 이월란 2008.09.03 299
788 견공 시리즈 백수건달 토비 (견공시리즈 92) 이월란 2011.04.09 358
787 백일장 심사평 이월란 2008.05.10 286
786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785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396
784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783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782 벌레와 그녀 이월란 2009.08.29 365
781 범죄심리 이월란 2010.08.08 374
780 견공 시리즈 벙어리 시인 (견공시리즈 95) 이월란 2011.04.09 409
779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778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777 제2시집 벽 2 이월란 2008.09.14 269
776 제3시집 벽거울 이월란 2014.05.28 389
775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774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773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772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