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8
어제:
183
전체:
5,021,102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0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1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390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389 혼돈의 꽃 이월란 2011.05.10 340
388 꽃불 이월란 2011.05.10 315
387 집 밖의 집 이월란 2011.05.10 381
386 그녀의 리뷰 이월란 2011.05.10 338
385 견공 시리즈 세월에게(견공시리즈 107) 이월란 2011.05.31 300
384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383 터널 이월란 2011.05.31 262
382 이중국적 이월란 2011.05.31 336
381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 2011.05.31 367
»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 2011.05.31 340
379 제로니모 만세 이월란 2011.05.31 364
378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377 요코하마 이월란 2011.05.31 740
376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375 영문 수필 Nonverbal Effectiveness 이월란 2011.07.26 24253
374 영문 수필 Empathy Exercise 이월란 2011.07.26 76129
373 영문 수필 Gratitude Journal 이월란 2011.07.26 280
372 영문 수필 Became an Optimist 이월란 2011.07.26 5572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