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8
어제:
306
전체:
5,023,191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1

집배원 실종사건

조회 수 40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1 레퀴엠(requiem) 이월란 2008.05.10 227
1230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1229 태양꽃 이월란 2008.05.13 239
1228 푸코의 말 이월란 2008.05.14 318
1227 물처럼 고인 시간 이월란 2008.05.16 258
1226 詩똥 2 이월란 2008.05.16 279
1225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290
1224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1223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1222 낙조(落照) 이월란 2008.05.20 272
1221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56
1220 청맹과니 이월란 2008.05.26 276
1219 격자무늬 선반 이월란 2008.05.27 341
1218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1217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1216 비섬 이월란 2008.05.30 283
1215 홈리스 (homeless) 이월란 2008.05.31 268
1214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1213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1212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