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1
어제:
219
전체:
5,030,156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1

집배원 실종사건

조회 수 40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1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450 The Tide 이월란 2010.04.05 405
449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448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447 차도르*를 쓴 여인 이월란 2008.05.09 406
446 처녀城 이월란 2009.08.06 406
445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444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443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442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07
441 詩의 벽 이월란 2010.04.05 407
440 섬 2 이월란 2010.05.21 407
439 자식 이월란 2010.07.19 407
438 영혼 카드 이월란 2010.12.26 407
»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 2011.10.24 407
436 옛날에 우린...... 이월란 2008.05.10 408
435 유령 블로그 이월란 2010.06.18 408
434 내 그대를 그리워함은 이월란 2010.08.08 408
433 보슬비 육개장 이월란 2010.10.29 408
432 견공 시리즈 주말의 명화 (견공시리즈 97) 이월란 2011.04.09 408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