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5
어제:
230
전체:
5,030,111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2

전당포

조회 수 487 추천 수 4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전당포


이월란(2011-10)


급전처럼 삶의 이유가 필요할 때면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아도 잡히면 하찮았던
고급 시계 같은 미래를 저당 잡히러 간다
세월의 점포가 차려 놓은 도시의 간판들은
예물 같은 포즈로 능숙하게 서로를 전시하고 있다  
자격 없이 수령되는 소액 대출은
연체된 이승의 빚을 갚기에 더없이 어울린다
서랍 속으로 감금되는 나의 값진 것들에게도
은행잔고처럼 이자가 붙어
채무자가 되어서야 열고 나오는 문밖에는
채권자로 군림하는 세상이 눈부시다
그렇게 빚지고서야 편해지는 세상
자격이 없을수록 명부에 쉬이 오르는 고객들은
화수분 같은 아침햇살 아래
금으로 만든 꽃을 꺾으러 다니는데
구멍 난 솔기 사이로 다 흘리고 오기 마련이어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른 꽃처럼
바람에 날려서야 집이라는 곳에 닿았다
훔쳐 보관 중이던 꿈이라도 도로 맡기고 나올라치면
하루를 탕진해버린 노을만 얼굴을 붉혔다
나마저 저당 잡히러 가는 오래된 길 하나
사라졌던 전당포들이 남아도는 꿈들을 탐하며
등 뒤에서 하나 둘 개업 중이란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 잔치국수 2 이월란 2016.09.08 232
310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309 견공 시리즈 잠버릇(견공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6 284
308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307 견공 시리즈 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 2010.10.29 382
306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305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304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303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302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2
301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300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299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298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63
297 전. 당. 포. 이월란 2008.11.17 242
»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295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294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293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292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