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8
어제:
177
전체:
5,020,376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2

전당포

조회 수 487 추천 수 4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전당포


이월란(2011-10)


급전처럼 삶의 이유가 필요할 때면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아도 잡히면 하찮았던
고급 시계 같은 미래를 저당 잡히러 간다
세월의 점포가 차려 놓은 도시의 간판들은
예물 같은 포즈로 능숙하게 서로를 전시하고 있다  
자격 없이 수령되는 소액 대출은
연체된 이승의 빚을 갚기에 더없이 어울린다
서랍 속으로 감금되는 나의 값진 것들에게도
은행잔고처럼 이자가 붙어
채무자가 되어서야 열고 나오는 문밖에는
채권자로 군림하는 세상이 눈부시다
그렇게 빚지고서야 편해지는 세상
자격이 없을수록 명부에 쉬이 오르는 고객들은
화수분 같은 아침햇살 아래
금으로 만든 꽃을 꺾으러 다니는데
구멍 난 솔기 사이로 다 흘리고 오기 마련이어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른 꽃처럼
바람에 날려서야 집이라는 곳에 닿았다
훔쳐 보관 중이던 꿈이라도 도로 맡기고 나올라치면
하루를 탕진해버린 노을만 얼굴을 붉혔다
나마저 저당 잡히러 가는 오래된 길 하나
사라졌던 전당포들이 남아도는 꿈들을 탐하며
등 뒤에서 하나 둘 개업 중이란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210 위기의 여자 이월란 2009.06.06 488
209 견공 시리즈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이월란 2009.09.29 488
208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207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206 견공 시리즈 아무도 몰라요(견공시리즈 72) 이월란 2010.06.28 489
205 영문 수필 Between Public Morality and Private Morality 이월란 2010.12.14 489
204 영시 윤동주시 번역 2 이월란 2010.06.07 490
203 견공 시리즈 날아라 엘리(견공시리즈 89) 이월란 2011.01.30 490
202 비온 뒤 이월란 2010.04.13 491
201 견공 시리즈 안녕, 엘리2 (견공시리즈 91) 이월란 2011.03.18 491
200 1회용 장갑 이월란 2008.05.08 492
199 견공 시리즈 짝사랑(견공시리즈 11) 이월란 2009.08.13 492
198 제3시집 GI 신부 이월란 2010.09.06 493
197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 2010.03.15 494
196 칼 가는 사람 이월란 2009.05.04 495
195 바벨피쉬 이월란 2010.04.13 495
194 관계 이월란 2011.01.30 495
193 견공 시리즈 토비, 천연 스모키 화장의 진수를 보여주다(견공시리즈 52) 이월란 2010.01.11 496
192 주머니 속 돌멩이 이월란 2011.10.24 496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