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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12.01.17 14:40

안녕 코코(견공시리즈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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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코코 (견공시리즈 114)


이월란(2012-1)


코코는 나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내 인간아빠의 사촌 집에 사니까 우리도 졸지에 사촌지간이 되었다
한 동네에 살지만 거의 만나는 일은 없었다
한창 자라는 사촌아이들 세 명은 늘 바빴고 아니, 울 엄마가 더 바빴고
아니, 울 엄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사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만났는데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러 온
사촌들이 코코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리곤 지난 9월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사촌 어른과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심장이 쿵쾅거리는데도 코코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사촌 어른이 눈이 빨개가지곤 얘기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는 걸 보고 나갔다가 더 돌아다니는 바람에 차에 치었다고
서행하던 차였지만 코코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겉으로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아
아이들한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안락사를 시키고 화장을 시키려했지만 아이들과 아빠가 한사코 반대를 해서
뒷마당에 묻어 주었다고
코코는 아기 때 아이들 틈에서 다리를 다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늘 앙칼진 아이였고
그래서 아이들의 아빠를 제일 따랐는데 눈을 감을 때까지 그 아빠만 쳐다보더라고
그리고 그 아빠는 코코가 가고 나서 뒷마당에 한동안 나가지 못했다고
코코는 어릴 때부터 나와는 달리 너무 얌전하지 않아서 그루밍샵에서도 쫓겨났었다
그리고 집에서 늘 털을 깎아주다가 죽기 이틀 전엔 너도 한 번 예쁘게 단장해봐 라며
처음으로 그루밍을 시켜주었었고
사고가 나던 날에도, 평소 때와 달리 현관문을 열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뛰쳐나오지도 않고
집안에 꼿꼿이 앉아만 있는 걸 자기가 안고 나왔었다고 또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울고 있는 사촌조카들을 꼭 안아주면서 그랬다
천국에 가면 다시 만날 거야, 아프지 않은 그 곳에서 예쁘게 살고 있단다
나도 찔끔찔끔 눈물이 나왔다, 사람들은 어떻게 시시때때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을 잊고
꼿꼿이 잘들 살아내고 있는지 신통한 일이다
코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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