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335
전체:
5,065,765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12.01.17 14:40

안녕 코코(견공시리즈 114)

조회 수 456 추천 수 4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안녕 코코 (견공시리즈 114)


이월란(2012-1)


코코는 나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내 인간아빠의 사촌 집에 사니까 우리도 졸지에 사촌지간이 되었다
한 동네에 살지만 거의 만나는 일은 없었다
한창 자라는 사촌아이들 세 명은 늘 바빴고 아니, 울 엄마가 더 바빴고
아니, 울 엄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사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만났는데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러 온
사촌들이 코코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리곤 지난 9월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사촌 어른과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심장이 쿵쾅거리는데도 코코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사촌 어른이 눈이 빨개가지곤 얘기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는 걸 보고 나갔다가 더 돌아다니는 바람에 차에 치었다고
서행하던 차였지만 코코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겉으로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아
아이들한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안락사를 시키고 화장을 시키려했지만 아이들과 아빠가 한사코 반대를 해서
뒷마당에 묻어 주었다고
코코는 아기 때 아이들 틈에서 다리를 다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늘 앙칼진 아이였고
그래서 아이들의 아빠를 제일 따랐는데 눈을 감을 때까지 그 아빠만 쳐다보더라고
그리고 그 아빠는 코코가 가고 나서 뒷마당에 한동안 나가지 못했다고
코코는 어릴 때부터 나와는 달리 너무 얌전하지 않아서 그루밍샵에서도 쫓겨났었다
그리고 집에서 늘 털을 깎아주다가 죽기 이틀 전엔 너도 한 번 예쁘게 단장해봐 라며
처음으로 그루밍을 시켜주었었고
사고가 나던 날에도, 평소 때와 달리 현관문을 열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뛰쳐나오지도 않고
집안에 꼿꼿이 앉아만 있는 걸 자기가 안고 나왔었다고 또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울고 있는 사촌조카들을 꼭 안아주면서 그랬다
천국에 가면 다시 만날 거야, 아프지 않은 그 곳에서 예쁘게 살고 있단다
나도 찔끔찔끔 눈물이 나왔다, 사람들은 어떻게 시시때때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을 잊고
꼿꼿이 잘들 살아내고 있는지 신통한 일이다
코코가 보고 싶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1 제3시집 노을 3 이월란 2012.01.17 324
1330 플라톤의 옷장 이월란 2012.01.17 370
1329 날아오르는 사람들 이월란 2012.01.17 347
1328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5
1327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9
1326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2
1325 모래성 이월란 2012.01.17 267
1324 당신 때문에 꽃이 핍니다 이월란 2012.01.17 443
1323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4
1322 자물쇠와 열쇠 이월란 2012.01.17 310
1321 너의 우주 이월란 2012.01.17 426
1320 견공 시리즈 빛방(견공시리즈 116) 이월란 2012.01.17 263
1319 견공 시리즈 외박(견공시리즈 115) 이월란 2012.01.17 266
» 견공 시리즈 안녕 코코(견공시리즈 114) 이월란 2012.01.17 456
1317 중환자실 이월란 2011.12.14 431
1316 제3시집 복사기 이월란 2011.12.14 353
1315 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 2011.12.14 744
1314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5
1313 대박 조짐 이월란 2011.12.14 446
1312 조회 이월란 2011.12.14 268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