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는 사람들
이월란(2012-1)
오래 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이곳은 가을
세 계절 내내 풀장 속에 뛰어든 스키어들이
플라잉 점프를 하고 있었나보다
첫 눈을 기다리는 땅빛 가르마가
파크시티 시키장을 목마르게 빗어내리고 있는데
가을바람과 겨울바람의 공기저항은 똑같을까
눈보라 대신 푸른 물살이 안개꽃처럼 피어오르고
풍덩, 수영장 속으로 뛰어드는 도전자들은
고글 속에서 심판도 없는 오늘의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반만년 전 핀란드의 늪 속에서 발견된 장비인 듯
기다란 날 위에 눈신으로 족쇄를 차고
승리를 사냥하는 라플란드인처럼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노르웨이 군사들처럼
전투복 속에서 겨울의 메달이 반짝, 흔들린다
왁스가 칠해진 플라스틱 활주면 위를 가르는 직선
활강코스는 슬로프의 설면처럼 겨울을 흉내 내고
장애물들은 눈사람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인내의 리프트를 타고 승리의 계단을 오르면
낙엽처럼 착지하는 가을의 올림픽
방수복 속에 품은 겨울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