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5
어제:
184
전체:
5,020,670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5

책이 있는 방

조회 수 353 추천 수 5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이 있는 방


이월란(2013-5)


아무와도 닮지 않은 거울 앞에서
무뇌한 공기는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경악할 일도 감동할 일도 없는
활자들은 문장이 되지 못한다

책장을 넘기던 사람들은
죽어갈 때만 한 줄씩의 문장을 남긴다
결코 거래되지 못할 유작만을 꽂아두는
바람의 손가락은 빠르다

편집되지 못한 두 입술로
율법처럼 서 있는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우상을 베고 누운 이단자가 되고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었다

내가 개입되자마자 함정이 파이던
모호한 풍경들을 읽어내기 위해
화려한 세간처럼 횡설수설 꽂힌 기억들
사실이 아닌 것만을 곱씹어 먹고 배가 불러 온
대가로 나의 변기는 지금도 향기롭다

정밀한 수단은 모조리 헛것이어서
속옷을 벗고 입는 소리만 누워 있는 침실 안에
차라리 빛나는 기교들이 숨어 있었다
방충망에 걸린 날벌레는
달작지근한 과육의 높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게 진즉 깔렸던 무수한 복선들은
현란한 화술로도 해명될 수 없어
나를 체처럼 받치고 걸러진 모든 오자들을 엮어
치밀어 오르는 침묵의 활자를
모국어처럼 읽으려 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