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5
어제:
353
전체:
5,022,842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3.05.24 02:26

가을 학기

조회 수 311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학기


이월란(2013-5)


낙엽이란 과목을 선택했다
꽃들의 후일담을 읽어도
왜 떨어져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바람이 안고 쓰러지는 계절이
활짝 핀 계절보다 더 눈부신 이유는
곧 떨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한 움큼의 알약을 m&m처럼 삼킨 아이가
위세척을 받은 병실에서
엄마의 눈 속에 내리는 계절

떨어진다는 모든 것들을 단숨에
외워버린 후에도 뿌리는 정답을 품고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

히브리어에 능통한 교수가
겨울의 강을 건너기 위해 허공을 헤엄치는
낙엽의 비극을 홀로코스트처럼 증언한다

정년을 넘기고도 퇴직하지 않은 나무 아래
사람들은 죽은 잎들을 모아 태우며
침묵의 하늘을 향해 번제를 드리고 있다

구둣발 아래 울고 있는 계절
무성하게 죽은 것들이 사람의 길을 쓰다듬고
늙은 캠퍼스 하늘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마디 없는 어린 소녀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삶 위로
꽃은 언제 피었다고 벌써 떨어지고 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1 견공 시리즈 닥터 토비(견공시리즈 38) 이월란 2009.10.11 311
970 견공 시리즈 악플러 1 (견공시리즈 103) 이월란 2011.05.10 311
» 제3시집 가을 학기 이월란 2013.05.24 311
968 견공 시리즈 뛰어다니는 백지(견공시리즈 9) 이월란 2009.08.01 312
967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966 제3시집 새 4 이월란 2010.11.24 312
965 영문 수필 Persona 이월란 2013.05.24 312
964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963 갱신(更新) 이월란 2008.05.09 313
962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313
961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은퇴예배 이월란 2008.05.10 313
960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959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958 중간 화석 이월란 2011.09.09 313
957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956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955 견공 시리즈 말(견공시리즈 110) 이월란 2011.09.09 314
954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953 견공 시리즈 바람의 길 5(견공시리즈 28) 이월란 2009.09.16 314
952 영문 수필 The Black History 이월란 2010.10.29 314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