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4
어제:
274
전체:
5,025,180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3.05.24 02:26

가을 학기

조회 수 311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학기


이월란(2013-5)


낙엽이란 과목을 선택했다
꽃들의 후일담을 읽어도
왜 떨어져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바람이 안고 쓰러지는 계절이
활짝 핀 계절보다 더 눈부신 이유는
곧 떨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한 움큼의 알약을 m&m처럼 삼킨 아이가
위세척을 받은 병실에서
엄마의 눈 속에 내리는 계절

떨어진다는 모든 것들을 단숨에
외워버린 후에도 뿌리는 정답을 품고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

히브리어에 능통한 교수가
겨울의 강을 건너기 위해 허공을 헤엄치는
낙엽의 비극을 홀로코스트처럼 증언한다

정년을 넘기고도 퇴직하지 않은 나무 아래
사람들은 죽은 잎들을 모아 태우며
침묵의 하늘을 향해 번제를 드리고 있다

구둣발 아래 울고 있는 계절
무성하게 죽은 것들이 사람의 길을 쓰다듬고
늙은 캠퍼스 하늘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마디 없는 어린 소녀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삶 위로
꽃은 언제 피었다고 벌써 떨어지고 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1 사랑 3 이월란 2008.05.10 255
970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969 사랑 1 이월란 2008.05.09 311
968 사람이 그리울 때 이월란 2008.05.09 432
967 사람의 바다 이월란 2008.05.10 265
966 사람내 이월란 2009.04.05 267
965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313
964 사는게 뭐래유? 이월란 2008.05.10 287
963 사내아이들 이월란 2008.09.18 255
962 사나운 일진(日辰) 이월란 2008.05.10 280
961 사고다발지역 이월란 2009.05.30 261
960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959 사각지대 이월란 2009.10.05 223
958 견공 시리즈 뻔한 이치 (견공시리즈 102) 이월란 2011.05.10 320
957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291
956 빨간 불이 들어온지 꽤 되었어요 이월란 2008.11.15 305
955 빨간 구두* 2 이월란 2008.11.30 282
954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338
953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952 견공 시리즈 빛의 아들(견공시리즈 49) 이월란 2009.11.25 416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