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0
어제:
184
전체:
5,020,795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3.05.24 02:26

가을 학기

조회 수 311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학기


이월란(2013-5)


낙엽이란 과목을 선택했다
꽃들의 후일담을 읽어도
왜 떨어져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바람이 안고 쓰러지는 계절이
활짝 핀 계절보다 더 눈부신 이유는
곧 떨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한 움큼의 알약을 m&m처럼 삼킨 아이가
위세척을 받은 병실에서
엄마의 눈 속에 내리는 계절

떨어진다는 모든 것들을 단숨에
외워버린 후에도 뿌리는 정답을 품고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

히브리어에 능통한 교수가
겨울의 강을 건너기 위해 허공을 헤엄치는
낙엽의 비극을 홀로코스트처럼 증언한다

정년을 넘기고도 퇴직하지 않은 나무 아래
사람들은 죽은 잎들을 모아 태우며
침묵의 하늘을 향해 번제를 드리고 있다

구둣발 아래 울고 있는 계절
무성하게 죽은 것들이 사람의 길을 쓰다듬고
늙은 캠퍼스 하늘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마디 없는 어린 소녀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삶 위로
꽃은 언제 피었다고 벌써 떨어지고 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 이월란 2008.05.09 228
210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209 레퀴엠(requiem) 이월란 2008.05.10 227
208 그네 이월란 2008.05.10 227
207 사랑 6 이월란 2008.05.10 227
206 영문 수필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이월란 2014.05.28 226
205 눈사람 2 이월란 2012.04.10 226
204 제2시집 사이클론 이월란 2008.05.10 226
203 영문 수필 Where is the Interpreter "In the Penal Colony"? 이월란 2014.05.28 225
202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201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200 만개(滿開) 이월란 2008.05.10 225
199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225
198 영문 수필 History of the Holocaust: an Overview 이월란 2013.05.24 223
197 사각지대 이월란 2009.10.05 223
196 공존 이월란 2011.09.09 222
195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194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193 가지치기 이월란 2008.07.13 220
192 같이 이월란 2008.05.10 220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