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7
어제:
219
전체:
5,030,232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4.05.28 04:30

당신을 읽다

조회 수 461 추천 수 7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5)


첫 페이지의 의혹을 넘겨버린 것도 세월이었다
더 이상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을 눕혀두면
눈 밖에 난 활자들도 어둠을 먹고 자란다

신비롭게 제본된 팔 다리를 흔들어 본다

사서처럼 당신을 들고 오던 날 편협한 장르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당신을 펼치고도 늘 화자였던 나는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고
숨 쉬는 것조차 다른 당신을 매일 덮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를 시작한지 오래다
 

나의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당신은 한 번씩 버려진 문장처럼 뚝 떨어진다
글자보다 여백이 많은
감명 깊은 나라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당신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개미의 길처럼 작은 통로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주인공을 따라오는 사이
당신은 헌책방의 고서처럼 누렇게 뜨고 있다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나는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당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 한 끼의 그리움을 번역해낸다
한 번도 대출 받은 적 없는 목록마저 사라졌다
나의 환한 등잔 밑에 숨어 있던 책 속의 길

저자는 죽었다

나비효과처럼 팔랑이는 페이지마다 읽어서 도달할 경지였다면
화려한 세간 밑에서 먼지가 쌓였겠다
더 이상 속독이 되지 않는 느린 벤치 위에서 바람이 당신을 읽고 간다

오래 흘러야 강이 된단다

평생을 먹어도 배가 고픈 우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오래도 붙들고 있다
어느 날은 율법처럼 서 있던 당신을 성경 옆에 꽂아 두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꺼내어 일기를 쓴다

어느 페이지인가에 나의 혼을 접어 두었었다
 

?

  1. 단풍 2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67
    Read More
  2. 단풍론

    Date2010.07.09 Category By이월란 Views442
    Read More
  3. 단행본

    Date2008.10.31 Category By이월란 Views208
    Read More
  4. 달거리

    Date2009.01.31 Category By이월란 Views294
    Read More
  5. 달팽이의 하루

    Date2015.09.20 Category By이월란 Views376
    Read More
  6. 당신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394
    Read More
  7. 당신 때문에 꽃이 핍니다

    Date2012.01.17 Category By이월란 Views438
    Read More
  8. 당신, 꽃이 피네

    Date2008.06.04 Category By이월란 Views270
    Read More
  9. 당신, 웃고 있나요?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02
    Read More
  10. 당신꺼 맞지?--------------conte 시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93
    Read More
  11. 당신도 시인

    Date2011.10.24 Category By이월란 Views278
    Read More
  12. 당신에게도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283
    Read More
  13.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Date2009.12.20 Category By이월란 Views468
    Read More
  14.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Date2008.11.26 Category By이월란 Views390
    Read More
  15. 당신은 지금

    Date2009.10.05 Category By이월란 Views256
    Read More
  16. 당신을 읽다

    Date2014.05.28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61
    Read More
  17. 당신의 봄

    Date2009.07.29 Category By이월란 Views388
    Read More
  18. 대리견(견공시리즈 81)

    Date2010.09.06 Category견공 시리즈 By이월란 Views366
    Read More
  19. 대박 조짐

    Date2011.12.14 Category By이월란 Views443
    Read More
  20. 대숲

    Date2011.03.18 Category By이월란 Views3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