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9
어제:
298
전체:
5,024,026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4.05.28 04:32

벽거울

조회 수 389 추천 수 6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벽거울


이월란 (2014-5)


그녀가 새로 장만한 철없는 아파트엔
아직도 걸지 못한
묵직한 벽거울 하나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
분양받은 그녀의 미소는
겁 없는 세간 사이로 입주를 마쳤다
엄마, 튼튼한 못 두 개가 필요해
수평선이나 지평선처럼 소파 위에 가로로 걸테야
그녀의 상체만을 비춰 줄 수은 발린 유리벽
하늘 혹은 바다와 맞닿을 저 경계는
중력의 방향과 직각을 이루어야만 한다
봄바람처럼 가벼운 무게를 달아내어야만 한다
다시 입고 나가는 아침의 실루엣과
하루를 벗고 들어오는 노을의 뒷모습까지
불안히 읽어내야만 한다
넘어오는 파도소리를 먼저 들어야 하고
가로막는 산 그림자를 먼저 관통해야 한다
토르소 어깨위로 출렁거릴 머리칼이 아닌
짧은 팔과 짧은 다리가 지탱하는 전신을 조각해내야만 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일별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백설공주나 왕비가 아닌 일곱 난장이들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세파의 처마 아래 홀로 날아 든 보금자리가
반사광의 눈부심에도 홀리지 않았음 좋겠다
밤새 변심한 수많은 아침을 들어 올릴
단단한 두 개의 못을 사러 간다
벽에 걸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중 잠금장치 속의 자유가 아니라
돌아서 나갈 현관 밖의 길이었음 좋겠다
하늘이면 좋겠다
바다라면 좋겠다
저 아이가 마주보며 쓸어 넘길
저 바람 같은 앞머리의 경계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1 나는 나를 통역한다 이월란 2009.05.12 284
530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307
529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528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527 꿈속의 꿈 이월란 2012.04.10 555
526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511
525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524 제1시집 꿈길 이월란 2008.05.09 315
523 제1시집 꽃처럼2 이월란 2008.05.09 253
522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9
521 꽃이 될래요 이월란 2008.05.09 338
520 견공 시리즈 꽃의 알리바이(견공시리즈 29) 이월란 2009.09.16 402
519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251
518 꽃신 이월란 2011.07.26 283
517 꽃시계 이월란 2010.03.30 375
516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515 꽃상여 이월란 2008.05.09 316
514 꽃불 이월란 2011.05.10 315
513 꽃병 이월란 2009.02.03 303
512 꽃물 이월란 2008.05.10 266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