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거울
이월란 (2014-5)
그녀가 새로 장만한 철없는 아파트엔
아직도 걸지 못한
묵직한 벽거울 하나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
분양받은 그녀의 미소는
겁 없는 세간 사이로 입주를 마쳤다
엄마, 튼튼한 못 두 개가 필요해
수평선이나 지평선처럼 소파 위에 가로로 걸테야
그녀의 상체만을 비춰 줄 수은 발린 유리벽
하늘 혹은 바다와 맞닿을 저 경계는
중력의 방향과 직각을 이루어야만 한다
봄바람처럼 가벼운 무게를 달아내어야만 한다
다시 입고 나가는 아침의 실루엣과
하루를 벗고 들어오는 노을의 뒷모습까지
불안히 읽어내야만 한다
넘어오는 파도소리를 먼저 들어야 하고
가로막는 산 그림자를 먼저 관통해야 한다
토르소 어깨위로 출렁거릴 머리칼이 아닌
짧은 팔과 짧은 다리가 지탱하는 전신을 조각해내야만 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일별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백설공주나 왕비가 아닌 일곱 난장이들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세파의 처마 아래 홀로 날아 든 보금자리가
반사광의 눈부심에도 홀리지 않았음 좋겠다
밤새 변심한 수많은 아침을 들어 올릴
단단한 두 개의 못을 사러 간다
벽에 걸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중 잠금장치 속의 자유가 아니라
돌아서 나갈 현관 밖의 길이었음 좋겠다
하늘이면 좋겠다
바다라면 좋겠다
저 아이가 마주보며 쓸어 넘길
저 바람 같은 앞머리의 경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