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이월란 (2014-12)
욕심에 기우뚱, 이사를 해버렸다
오래 버텨낸 둥지를 버리다니
밤하늘이 모두 내려앉은 발코니에서
주머니를 털어 산 야경이 묻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누군가 남기고 간
화려한 커튼을 보며 허리가 휘고
나는 또 헌집처럼 늙어갈 것이다
나의 새집이 된 누군가의 헌집
이삿짐 속에서 나와 먼저 터를 잡은 것도
내 오랜 가난이었다
하늘의 별은 거침없이 내려와
밝은 눈 깜빡이며
땅위의 사연을 듣고 있는데
이렇게 발밑에 하늘을 두어도 되나
이렇게 내려다보아도 되나
집을 높인 말년이 묻고 있다